언론보도

봄날의책방이 소개된 기사와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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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_아늑한 예스러움 수더분한 새로움 맞닿은 모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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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혁림 화백 만년 보낸 곳 오래된 주택들 오밀조밀 낡은 풍경 정겨움 느껴져
동네 서점 봄날의 책방 지역 문화 공동체 형성 낡음 속 새로움 공존 기여

요즘 통영 봉숫골이 뜨고 있다고 해서 한 번 찾아봤습니다. 어딘가 했더니 언젠가 한 번 찾았던 미륵산 등산로 가는 길이네요. 등산로 입구에 통영 용화사가 있으니 용화사 가는 길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길 입구에서 얼마 안 가 오른쪽 골목 안으로 유명한 봄날의 책방과 전혁림미술관이 있습니다. 몇 번이나 찾았던 곳인데, 책방과 미술관만 슬쩍 다녀오곤 해서 그 위쪽으로 뭐가 있는지는 전혀 생각을 안 해봤거든요. 이 봉숫골에 요즘 멋지고 예쁜 공간들이 한창 들어서고 있더군요.

▲ 봉숫골 중심이 되는 봉수로. 길 주변으로 가게가 늘어서 있다. /이서후 기자


◇봉수가 있던 마을

지금은 봉평동에 속하지만 옛 지명은 봉수동(烽燧洞)입니다. 조선시대부터 불리던 이름입니다. 미륵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습니다. 그래서 봉수가 있는 마을이란 뜻입니다. 토박이말로 봉숫골이라고 했고요.

용화사거리에서 시작해 봉평주공아파트 지나 주차장까지 600m 정도 되는 느슨한 오르막길(도로 이름이 봉수로네요) 주변으로 다양한 상가가 들어서 있습니다.

동네 주민들을 위한 가게들, 등산객을 위한 음식점들이죠. 특히 아귀찜 식당들은 예전부터 이름이 나 있었다고 합니다. 길 주변 벚나무가 제법 운치가 있는데, 매년 봄 '봉수골꽃나들이'란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이곳은 통영의 여느 오래된 주택가처럼 좁은 골목과 오래된 아파트, 낮은 집들이 오밀조밀 모여 정겨운 풍경을 이루고 있습니다.

'색채의 마술사', '한국의 피카소'로 불리며 통영 특유의 바다색을 화폭에 담곤 했던 서양화가 전혁림(1916∼2010)이 만년에 정착해 많은 작품을 남겼지요. 그래서 원래 봉수로는 통영시가 지정한 '화가 전혁림 거리'이기도 합니다.

▲ 봉숫골은 오래된 것과 새것의 조화가 공존하는 매력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서후 기자


◇지금도 계속되는 변화

천천히 거리를 걷다 보니 곳곳에 작지만 개성 강한 공간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예컨대 색바래고 글자도 온전치 않은 이발소 옆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쁜 공간이 나란히 있거나 낡은 아파트 정문 건너편으로 간판이 독특한 작은 카페가 들어서 있는 풍경이지요. 햇살 좋은 날이면 아무 가게나 들어가 바깥을 오래오래 보고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 분위기입니다.

마침 점심때라 가까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문을 연 지 이제 두 달 됐다는 이곳은 오래된 2층 집을 예쁘게 고친 곳입니다. 구석구석 남겨둔 옛집의 흔적에서 비슷한 집에 살던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오릅니다.

2층으로 가니 창밖으로 벚나무 그늘이 진 봉수로가 훤하게 보입니다. 낮술 메뉴가 따로 있어 독특하다 싶었는데, 이 정도 풍경이면 낮술 먹기 제격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도로 입구에 있는 봉숫골 동네지도를 보니 이 작은 동네에 이런저런 가게들이 이미 81곳이나 있습니다. 당연히 점심을 먹었던 예쁜 식당은 아직 지도에 표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곳보다 더 최근에 생긴 곳도 있다고 하니, 봉숫골의 변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 봉숫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래된 아름다움. /이서후 기자


◇낡은 것들의 아름다움

새로 생긴 공간들도 좋지만, 이상하게 오래된 것들에 자꾸 눈이 갑니다. 낡아서 멋있어진 풍경이 여기 봉숫골에도 가득합니다. 모텔 로얄장 입구가 그랬고, 어느 밥집 옆 살림집으로 통하는 대문이 그랬고, 어르신들이 아침 목욕을 많이 한다는 약수탕 건물이 그랬습니다. 또 퇴색한 전혁림 그림이 걸린 담벼락, 150년 된 오랜 느티나무 아래서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의 표정, 그 나무 옆 광우맨션의 말끔하게 칠해진 벽에도 눈길이 멈춥니다.

특히 좁은 골목은 오히려 한적해서 더 좋았습니다. 그런 풍경들에 새겨진 어떤 고요함이나 한가함이 마음에 들더군요.

◇'봄날의 책방'에서 생각하다

"동네 책방 '봄날의 책방' 2019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국무총리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봉숫길 입구에 선명하게 걸린 펼침막을 한참 바라봤습니다. 봉숫골 상인친목회 이름으로 된 겁니다. 봄날의 책방은 '남해의 봄날'이란 출판사가 운영하는 이 조그만 서점입니다.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가 매년 여는데 1등은 대통령상이고요, 국무총리상은 2등입니다. 봄날의 책방은 통영에서 동네건축가를 자처하는 강용상 건축가가 오래된 집을 고친 겁니다. 바로 옆 전혁림미술관 옆에 남해의 봄날 출판사 사무실과 강 건축가 사무실이 함께 있지요.

▲ 봉숫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동네 서점 '봄날의 책방'. /이서후 기자


봄날의 책방은 지금도 휴일이나 주말이면 항상 관광객으로 붐비니 봉숫골 활성화 1등 공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봉숫골 상인들이 내건 펼침막을 보고 감회가 남달랐던 건 봄날의 책방이 완전히 동네 안에 자리를 잡았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봉숫골에 재밌는 공간들이 늘어난 건 서울에서 살다 굳이 고향도 아닌 통영에 출판사를 차린 남해의 봄날 정은영 대표의 지난 노력이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았거든요. 시작할 때는 경제적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지역 이야기를 찾고, 지역 저자를 발굴하고, 지역 젊은이들을 채용했고요. 통영 이야기가 아니라도 지역 공동체 문화나 지역성의 소중함을 담은 좋은 책들을 많이 만들어왔습니다.

관광객들로 왁자한 이 책방에서 우연히 산책에 대한 책을 한 권 집어들었습니다. 서문이 이렇게 끝납니다.

"그냥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위안을 얻을 때가 있다."

그렇네요. 봉숫골의 매력은 바로 이 모퉁이들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혹시 이곳을 찾으면 큰 길가에 새로 생긴 예쁜 공간뿐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숨어 있는 이 모퉁이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기사 원문 보기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0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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