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남해·동해·서해 특산물을 집에서 받아본다.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전남 순천 열매하나, 인천 강화 딸기책방. 바닷가 출판사 4곳이 뭉쳐 구독 서비스 ‘책바다봄’을 시작했다. 이름처럼 ‘책과 바다를 받아본다’는 뜻이다. 올 한 해 신간과 함께 반건조 생선, 감자, 오징어 같은 특산물 꾸러미를 약 두 달 간격으로 4~6번 보내준다. 구독료는 18만~25만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지만, 벌써 150명 넘는 사람이 주문했다. 원래 목표였던 구독자 200명은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원작 일러스트=치앙마이래빗 자료=남해의봄날 그래픽=백형선
아이디어는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가 냈다. 이 출판사는 지난달 통영에서 40년 음식을 만들어온 이상희 셰프의 책 ‘통영백미’를 펴내면서 독자 100명에게 신간과 함께 멸치·아귀포 등 통영 건어물을 상자에 담아 보냈다. 정 대표는 “반응이 워낙 좋아 다른 지역 출판사와 연계해 지역 문화와 지역 음식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도 될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동해, 서해, 남해 지역 출판사가 호응했다. 국토 ‘최동단’ 출판사 고성 온다프레스는 지난해 영동 식문화를 다룬 ‘동쪽의 밥상’, 2018년 8명의 강원도 이주·정착기를 다룬 ‘온다 씨의 강원도’ 등 지역색 진한 책을 펴내왔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강원도의 상징 감자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다가 연락을 받았다. ‘악마의 작물’이라 천대받았지만 주린 인류의 배를 채워준 감자의 역사와 세계 각국 감자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고로 꾸러미에 넣을 특산품은 감자와 동해 오징어.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 등 생태주의 도서를 많이 내온 전남 순천 열매하나는 세계 생태주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은 목포 30대 셰프의 책을 낼 계획이다. 서해에서는 인천 강화도 ‘딸기책방’이 참여한다. 이름처럼 책방이면서 같은 이름의 출판사도 운영한다. 주로 어린이책을 낸다.
6회 구독 시 남해의봄날에서 세 꾸러미, 다른 지역 세 출판사에서 나머지 세 꾸러미를 한 번씩 보낸다. 남해의 봄날은 특산물로 반건조 생선과 통영 건어물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보낼 신간 순서는 논의 중이다.
/남해의봄날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지난달 구독자 100명에게 신간 '통영백미'와 함께 통영산 멸치, 아귀포 등 건어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함께 전달했다. 반응이 워낙 좋아 다른 출판사 3곳과 연계해 '책바다봄'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기존 출판 ‘굿즈’와 달리 지역에 뿌리내린 출판사들이 지역색을 담은 책과 특산물을 선별해 보내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시도”라고 했다.
여기서 반전. 책과 상품은 현시점에서 100% 확정된 것이 아니다. 구독자들은 출판사가 좋은 책을 내고, 좋은 특산물을 보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구독 신청을 하고 있는 것. 열기 전까지는 무엇이 들었을지 모르는 스타벅스 ‘러키백’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일종의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 천소희 열매하나 대표는 “순천으로 내려온 지 2년째인데 지역 주민분들이 ‘안 떠나고 잘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펴내는 단행본 출판사들이 계속 잘 있어줬으면 하는 분들의 응원이 담긴 것 같다”고 했다. 지역 출판사가 북토크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문화 수준을 높여주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표정훈 평론가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같은 히트작을 냈던 남해의봄날 출판사를 신뢰하는 독자들이 선뜻 지갑을 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출판사가 지역 특산물을 꾸러미로 묶은 데에는 코로나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생산자를 돕겠다는 뜻도 있다. 정 대표는 “특산물을 보낼 때 구독자가 특산물이 마음에 들면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생산자 전화번호도 넣어 보낼 계획”이라며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치앙마이래빗 바닷가 출판사 4곳이 힘을 합쳐 신간과 지역 특산물을 함께 받아보는 '책바다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전남 순천 열매하나,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인천 강화 딸기책방이 약 2달 간격으로 신간 6권과 지역 '굿즈'를 전한다.
양지호 기자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1/02/04/XR7YRUX6BJCH7E3IKHLYSOGIMM/
책과 함께 남해·동해·서해 특산물을 집에서 받아본다.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전남 순천 열매하나, 인천 강화 딸기책방. 바닷가 출판사 4곳이 뭉쳐 구독 서비스 ‘책바다봄’을 시작했다. 이름처럼 ‘책과 바다를 받아본다’는 뜻이다. 올 한 해 신간과 함께 반건조 생선, 감자, 오징어 같은 특산물 꾸러미를 약 두 달 간격으로 4~6번 보내준다. 구독료는 18만~25만원으로 결코 만만치 않지만, 벌써 150명 넘는 사람이 주문했다. 원래 목표였던 구독자 200명은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원작 일러스트=치앙마이래빗 자료=남해의봄날 그래픽=백형선
아이디어는 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가 냈다. 이 출판사는 지난달 통영에서 40년 음식을 만들어온 이상희 셰프의 책 ‘통영백미’를 펴내면서 독자 100명에게 신간과 함께 멸치·아귀포 등 통영 건어물을 상자에 담아 보냈다. 정 대표는 “반응이 워낙 좋아 다른 지역 출판사와 연계해 지역 문화와 지역 음식을 알리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해도 될 거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각자의 개성을 가진 동해, 서해, 남해 지역 출판사가 호응했다. 국토 ‘최동단’ 출판사 고성 온다프레스는 지난해 영동 식문화를 다룬 ‘동쪽의 밥상’, 2018년 8명의 강원도 이주·정착기를 다룬 ‘온다 씨의 강원도’ 등 지역색 진한 책을 펴내왔다. 박대우 온다프레스 대표는 강원도의 상징 감자를 주제로 한 책을 준비하다가 연락을 받았다. ‘악마의 작물’이라 천대받았지만 주린 인류의 배를 채워준 감자의 역사와 세계 각국 감자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고로 꾸러미에 넣을 특산품은 감자와 동해 오징어.
‘세계 생태마을 네트워크’ 등 생태주의 도서를 많이 내온 전남 순천 열매하나는 세계 생태주의 마을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은 목포 30대 셰프의 책을 낼 계획이다. 서해에서는 인천 강화도 ‘딸기책방’이 참여한다. 이름처럼 책방이면서 같은 이름의 출판사도 운영한다. 주로 어린이책을 낸다.
6회 구독 시 남해의봄날에서 세 꾸러미, 다른 지역 세 출판사에서 나머지 세 꾸러미를 한 번씩 보낸다. 남해의 봄날은 특산물로 반건조 생선과 통영 건어물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함께 보낼 신간 순서는 논의 중이다.
/남해의봄날 출판사 남해의봄날은 지난달 구독자 100명에게 신간 '통영백미'와 함께 통영산 멸치, 아귀포 등 건어물을 꾸러미로 만들어 함께 전달했다. 반응이 워낙 좋아 다른 출판사 3곳과 연계해 '책바다봄' 서비스를 확대하게 됐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기존 출판 ‘굿즈’와 달리 지역에 뿌리내린 출판사들이 지역색을 담은 책과 특산물을 선별해 보내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시도”라고 했다.
여기서 반전. 책과 상품은 현시점에서 100% 확정된 것이 아니다. 구독자들은 출판사가 좋은 책을 내고, 좋은 특산물을 보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구독 신청을 하고 있는 것. 열기 전까지는 무엇이 들었을지 모르는 스타벅스 ‘러키백’ 같은 경험을 선사한다. 일종의 ‘믿음의 도약’이 필요하다. 천소희 열매하나 대표는 “순천으로 내려온 지 2년째인데 지역 주민분들이 ‘안 떠나고 잘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많이 한다”며 “지역 콘텐츠를 책으로 펴내는 단행본 출판사들이 계속 잘 있어줬으면 하는 분들의 응원이 담긴 것 같다”고 했다. 지역 출판사가 북토크 등을 운영하면서 지역 문화 수준을 높여주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표정훈 평론가는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 같은 히트작을 냈던 남해의봄날 출판사를 신뢰하는 독자들이 선뜻 지갑을 연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 출판사가 지역 특산물을 꾸러미로 묶은 데에는 코로나 등으로 관광객이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생산자를 돕겠다는 뜻도 있다. 정 대표는 “특산물을 보낼 때 구독자가 특산물이 마음에 들면 직거래를 할 수 있도록 생산자 전화번호도 넣어 보낼 계획”이라며 “코로나로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돕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러스트=치앙마이래빗 바닷가 출판사 4곳이 힘을 합쳐 신간과 지역 특산물을 함께 받아보는 '책바다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 통영 남해의봄날, 전남 순천 열매하나, 강원 고성 온다프레스, 인천 강화 딸기책방이 약 2달 간격으로 신간 6권과 지역 '굿즈'를 전한다.
양지호 기자
기사 원문 보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book/2021/02/04/XR7YRUX6BJCH7E3IKHLYSOGIMM/